0. 들어가며
나는 머리 쓰는 방식이 무협지로 따지면 마교나 사파와 같은 사람이다. 학교 다닐때도 제일 싫어하는 수학책이 수학의 정석과 개념원리같은 정석적인 기본서였고, 나를 반 수포자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준 한 인강강사의 책은, 수능 기출문제와 강사의 독특한 풀이만 있는 그런 책이었다. 내가 워낙 게을러서 있는 그대로 암기하는걸 잘 못하고,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서 내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야 암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고로 매우 교과서적인 방법으로만 공부하고 머리를 굴려온 사람들은 이 글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주의해서 보길 바람.
1. LEET 기출문제집 및 해설서.
가. 기출문제
시중에 여러 기출문제집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그냥 시험지 제작해주는 복사집 사이트에서 연도별 기출을 스프링제본으로 묶어서 샀다.
어차피 문제 자체는 법전원협의회 홈페이지(leet.or.kr)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문제들인데, 비싼 돈 주고 출판사에서 찍어낸 문제집을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
나. 해설서
그 리트 해설서 하면 제일 유명한 그 법전원협의회에서 출간한 그 해설집.. 나는 몇문제 정도 해설 보고 그 뒤로 안봤다.
이 해설서를 안본 이유는, 수험생이 절대 한정된 시간 내에 적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 때문이다.
추리논증 영역은 수험생이 한 문제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평균 3분 안팎이다. 언어이해는 더 짧고. 근데 저 해설서대로 풀면, 일단 그 풀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결국 아무런 학문적 가치가 없고 5지선다 중 답만 고르면 되는 시험에서 절대 3분 내에 다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만 주저리주저리 써놓고 있다. 건방떠는게 아니라, 진짜로 순수 내 머리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와 풀이가 훨씬 실전적이고 주변 준비생들에 도움이 된 경우도 많다.
이 책의 집필진이 시간 재고 기출문제를 풀어본 적이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 책의 해설은 길고 비효율적이다. 그런 이유로 난 저 책을 본 적은 없고, 문제 풀이는 학원에서 한 두어달인가 수강했던 연도별 기출문제 해설강의로 갈음했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각자 해설집을 출간하던데, 굳이 찾아본 적은 없다.
2. 기타 유사기출 문제.
가. PSAT 언어논리, 상황판단
리트 말고 이외 비슷한 시험들(수능 국어영역, 피샛, 예전 meet/deet 문제 등)이 도움이 된다 안된다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나는 도움이 된다고 보는 쪽이다. 사실 이런 적성시험류 시험들은, 사람마다 머리 굴리는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개의 공부방법이 있다.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 사람들의 말도 딱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독해력과 논리력을 판단하는 적성고사류 시험들은,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긴 지문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문제에서 필요한 정보들만 뽑아내서 논리식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기타 시험들도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풀어보길 추천한다.
PSAT같은 경우는 언어논리와 상황판단만 풀면 된다. 자료해석은 리트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시험이기에 풀 필요 없다.
문제 난이도는 5급 민경채(현재 7급공무원 시험도 피샛을 보고 있고, 7급 시험도 아마 난이도가 비슷할 듯)시험이 좀 더 쉽고, 그 다음 일반 5급 피샛을 풀면 된다.
나. MEET/DEET 언어추론
해당 시험에서 언어추론 영역이 폐지된지 이미 오래여서, 굳이 저 문제들을 풀려면 10년 전 기출을 푸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남으면 풀어보도록.
다. 수능 국어영역(비문학)
제일 처음으로 리트에 입문하며 연습삼아 풀기에는 난이도가 가장 쉽고, 몸풀기용으로 적당하다.
고3땐 언어영역, 재수때는 국어영역을 풀었던 사람이라 아직도 언어영역이란 말이 익숙하지만.. 어쨌든 국어영억으로 이름이 바뀐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건 시중에서 기출문제집을 사서 풀면 된다. 문학은 전혀 풀 필요 없다. 리트 기출문제를 풀 때도 문학 부분은 건너뛰고 푸시길. 기출에서 빠진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어차피 문제는 다 똑같으니 자기에게 맞는 해설 스타일대로 고르면 된다. 내가 수능 준비할때는 매3비가 제일 잘나갔던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비문학 문제해설할 때 무슨 고등학교 국어선생님 내신 수업마냥 문단별로 주제 요약하고 있는 그런 해설을 굉장히 싫어한다. 다시 나올 리가 없는 글을 왜 내용 위주로 분석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글쓴이의 주장과 논증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몇 명의 대립당사자가 나오는지, 키워드간 유기적 연결 방식이 어떠한지 위주로만 글을 보면 된다. 글을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힘 자체를 길러야지,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는 주제들을 머리에 때려박으며 도박이나 하고 앉아있으면 시험을 잘 볼 턱이 없다.
주제와 관게없는 말이 길어졌는데, 여튼 난 이런 이유로 매3비는 고르지 않았음. 다른 해설서들도 사실 큰 틀에서는 설명 방식이 다르지 않은데, 그나마 전형태 강사의 기출문제집이 해설서도 컬러고 괜찮다고 생각 (사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라. 입법고시 PSAT
일단 가.에서 설명한 저 PSAT보다 문제, 지문이 길다. 본격적으로 공부해본적은 없는데, 실제 이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풀이 방식도 다르게 가져가는게 효율적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사무관이 아닌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니 이런 부분에 있어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고, 그냥 좀 어려운 문제 풀어보고 싶고 시간이 남을 때 사다가 풀면 된다.
마. 잘 고른 300제
메가로스쿨에서 나온 '잘 고른 300제'라는 책이 있다. 언/추 각 영역별로 있음. 나 같은 경우는 위에 나온 유사기출들 풀기 전에, 2~3월에 아주 잠깐 했던 스터디에서 추리논증 부분을 풀었었고, 같이 시험 준비하던 친구와 함께 만나서 언어이해 부분을 풀었음.
'잘 고른'의 기준은 잘 모르겠다만, 일단 해설이 비교적 실전적이라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 유사기출들 연도별로 다 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이 책 잡고 푸는 것도 괜찮다고 봄. 이만한 유사시험 모음집이 많지 않다.
3. 기타 준비기간 동안 읽었던 책들.
가. 수학과 교과서
2020년도에 시험을 준비하면서 제일 고생했던 부분은, 박살난 생활패턴이었다. 일단 대학 수료 상태로 사실상 반 백수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코로나때문에 스터디까페 등도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워 결국 집에서 공부하게 되었는데, 먹고 자는 공간에서 공부하려니 자연스럽게 매우 게을러지게 되었고, 낮 12시에 일어나서 공부 한 두세시간 하다 게임하고 낮잠자고 하는 생활이 반복...
이렇게 한 두어달 지내면서 깨달은게, 사람이 몸이 게을러지면 머리까지 게을러진다는 것. 문제를 풀 때 학교 다닐때였으면 머리속으로 10초만 생각하면 풀릴 문제들이,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계속 논리의 흐름이 막히니 고생이었다.
그래서 두뇌 회전 연습용으로 예전에 보던 집합론과 해석학 교과서를 통해 하루 한시간 정도는 연습문제를 풀며 머리에 기름칠을 하는 작업을 7월달까지도 유지했다. 이렇게 해도 머리 잘 굴러가는 재학생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웠지만, 안 하는 것 보단 훨씬 나음.
나. 배경지식을 위한 책
거의 읽지 않았다. 리트를 보기 위해 문과생들은 과학/기술쪽 교양서를, 이과생들은 철학/정치쪽 교과서를 많이 읽으라고들 하는데 딱히 그럴 필요 없다. 애초에 내가 독서와 친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유튜브에서 외국 교양 채널 하나 맘에 드는거 골라서 쉬는시간에 보면 된다. 나머지는 수능, 피샛, 밋/딧 등 유사기출을 보면 리트와 겹치는 주제들이 있으니 거기서 참고하면 된다.
4. 마무리하며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솔직히 앉아서 공부한 시간보다 밖에서 산책하거나 놀러다닌 시간이 더 많다. 애초에 이런 적성고사류 시험들은 10시간 11시간 앉아있는다고 실력이 그에 정비례해서 느는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갇힌 공간에서 너무 오래 자신만의 사고에 갇혀있다 보면 이상한 풀이방식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시험을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전업으로 로스쿨 준비하는 사람이라도, 밖에 나가서 친구들 만나고, 영화도 좀 보고, 벚꽃 구경 한다고 해서 시험에 악영향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생각.
이 시험은 어디까지나 객관식 오지선다 시험이다. OMR카드는 당신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묻지 않는다. 그냥 답만 맞으면 땡인 시험이다. 아무런 학문적 가치가 없는 시험이고, 답만 고르고 넘어갈 수 있는 머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된다. 시험의 본질을 잊지 않고 준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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