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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적성시험(LEET)

2021 초시 표점 140대 중반, 리트에 대해 느낀 점

by 이빨과땀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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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로스쿨 법학사랑(로법사)에도 등록된 글입니다. 모두 제가 작성한 시험 후기입니다.




리트는 괜찮게 봤음에도 학점 상황이 영 좋지 않아 갈 수 있는 로스쿨이 제한적이라 약간 우울하기도 하지만, 평생 법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AI대학원 준비생이 리트를 준비한 과정이 몇몇 분들께 도움이 될 듯 하여 간단한 후기를 남깁니다.

저는 본전공과 이중전공 모두 수학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였고, 대학 입학 이후 쭉 한글 텍스트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하도 영어로 된 전공서적이나 논문만 보다 보니 전공에 있어선 정말 간단한 말도 한국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생각이 안나 영어 단어로 말할 정도였죠. 이공계 학생들의 전형적인 약점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오히려 전공에서 배운 지식들을 잘 써먹으며 극 최상위권까진 아니지만 언추 균형으로 백분위 97-98 이상의 나름 괜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리트를 준비하며 느낀 점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논리적 사고는 글을 읽는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추리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논리력이란 단순히 논리적인 글 몇 편 읽는다고 길러지는게 아니라, 수학 문제와 같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9 기출을 통해 추리를 처음 접했는데, 매우 생소한 문제 유형 탓에 처음에는 잘 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형식논리학을 이용한 접근이 문제 풀이에 적용됨을 알고 나서, 이러한 풀이 방법이 대학교 1, 2학년때 배우는 집합론이나 해석학 등에서 풀었던 증명문제 풀이 방법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형식논리학에 약한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관련 수업을 듣거나, 책을 열심히 보시거나(두뇌보완계획이라는 책이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니면 저처럼 수학과 전공(특히 집합론, 해석학)을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집합이나 해석 수업을 듣는 것이 논증 과정에서의 논리의 흐름이나 각종 증명 방법들을 가장 빡세게(?) 공부하기는 좋아보이지만, 재학생이라면 학점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형식논리를 이용한 풀이는 단순히 논리게임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40문제 모두에 이 아이디어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리트 기출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PSAT 언어의 논리게임 부분이나 상황판단 기출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리트 공부는 단순히 문제를 푼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대학 입학 이후로 형성되었던 (특히 추리영역을 너무나 어려워하는 인문계열 전공생분들) 모든 사고과정을 시험에 적합하게 뜯어고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문제에 30분씩 리뷰해도 좋으니, 논리적 사고를 이용해서 한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어보는 연습을 하시다 보면 처음엔 고통스럽더라도 실력이 확실히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2. 언어영역은 지문의 주제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언어이해 영역을 준비함에 있어 빈출되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시험에 나올지도 확실치 않은 주제들을 책 한권을 오롯이 투자하여 긴 시간동안 공부하느니, 그 시간에 제 전공 혹은 법학을 겉핥기로라도 조금 더 공부하거나, 기출문제 및 유사기출(PSAT, MEET, 수능 등)을 푸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시험의 주제라면 오히려 PSAT, MEET, 수능 등의 유사기출에서 다루었던 주제가 리트에서 반복되어 나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리트에 필요한 배경지식은 경제학에서 탄력성이 무엇인지, 생물학에서 DNA, RNA가 무엇인지 등의 고등학교 혹은 대학 1학년 수준의 지식 정도인 것 같고, 나머지는 문제를 푸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3. 버리는 문제에는 미련을 갖지 말자
아무래도 법전원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학창시절 공부를 꽤나 했던 분들이다 보니, 모르는 문제를 시원하게 버리고 넘어가는 것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그러나 리트는 '몇 문제를 맞추냐'가 아닌 '몇 문제를 틀리냐'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시험을 보실 때 언어 추리 30 / 40문제를 모두 다 접근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보통이나 보통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머리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한시간 내에 70문제를 다 건드리는 것도 어렵습니다. 저는 언어영역을 풀 때 평소에 어려워하던 미학/정치 지문이 나오면 애초에 지문을 건드리지도 않고 바로 다음 지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풀면 10개 지문 중 8개 지문을 풀었을 때 5분-10분여의 시간이 남았고, 남은 시간동안 24문제를 여유롭게 마킹한 후 남은 두 지문 중 그나마 풀 수 있는 문제에 접근해서 두세문제를 풀고, 건드리지도 못한 나머지 문제는 운에 맡겼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풀어서 7문제를 틀렸는데, 이렇게 틀리고도 상위 3% 안에 들어갔습니다. 찍은 문제 5개가 불행히도 모두 빗나가서 그렇지, 운이 좋아 하나라도 더 맞았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겠죠.
추리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건드릴 수 있는 문제의 수는 40개 중 많아야 35문제라고 봅니다. 저도 이번에 그냥 5문제는 손도 안대고 버리자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 5문제 버렸고, 언어와 비슷한 백분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문제는 모르는대로 넘어가고, 아는 문제를 잘 골라서 푸는게 이 시험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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