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개정 1995. 12. 29.>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④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I. 청구인의 주장
1. 자기낙태죄 조항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약하여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제한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수술을 받지 못하게 하여 임신한 여성의 건강권을 제한한다. 또한 원치 않은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여 임신한 여성의 생물학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원치 않은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제한한다.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모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낙태를 처벌하는지 여부는 임신중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낙태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임신한 여성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임신한 여성의 모든 낙태가 일률적으로 처벌되고 있고,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처벌의 예외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2. 의사낙태죄 조항 (동법 제270조 제1항)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동의낙태죄 조항(형법 제269조 제2항)과 달리 징역형 외에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II. 심사기준 (자기낙태죄 부분에 대한 판단)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 공법 사례풀이시, 과잉금지원칙 문제 해결 적용도식
i) 목적정당성
ii) 수단적합성
iii) 침해최소성
iv) 법익균형성
위 판례 또한 다음과 같은 도식에 따라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1. 입법목적 및 수단의 적합성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 (목적정당성, 수단적합성 긍정. 이제 당해 법 조항의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만 검토하면 됨.)
2. 침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가. 임신기간 전체의 모든 낙태에 대한 전면적·일률적 금지
생명은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므로,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에 있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중대하다. 국가는 자기낙태죄 조항을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기간 전체의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국가는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력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임신의 유지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부담 및 출산과정에 내재한 신체 내지 생명에 대한 위험을 모두 받아들이고, 출산의 결과로서 모자관계를 형성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건강권과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제한 긍정)
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임신종결 여부 결정의 특성
여성은 임신을 하게 되면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급격한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며, 출산 과정에서는 극도의 고통과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을 경험하게 되는데, 임신을 유지하는 한 그와 같은 신체적 부담, 심리적 불안감, 출산과정의 고통 및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을 여성 자신의 신체로써 직접 감당해야 한다. 우리 법체계 하에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발생하므로(헌재 2001. 5. 31. 98헌바9 참조), 출산은 모자관계의 형성으로 이어져 출산한 여성은 생모로서 아이에 대한 양육책임을 지게 된다...이처럼 임신·출산·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영역을 자율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에 관한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임신한 여성에게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이를 초래하는 상황은 임신한 여성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다. 생명의 발달단계와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고려한 법적 보호 수단 및 정도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의 생명보호수단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또한 임신한 여성이 결정가능기간 중에 낙태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충분히 숙고한 후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태아의 생명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마.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효성
관련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낙태 추정건수나 낙태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보이지만, 이는 피임의 증가, 남아선호사상의 약화, 경제사정의 개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건수나 낙태율의 감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이처럼 낙태갈등 상황에서 형벌의 위하가 임신한 여성의 임신종결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정과 실제로 형사처벌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갈등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 소결
앞서 살펴보았듯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은 중요한 공익이나, 결정가능기간 중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실효성 내지 정도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앞서 보았듯이 자기낙태죄 조항에 따른 형사처벌로 인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매우 크다. (법익균형성 부정)
결국, 입법자는 자기낙태죄 조항을 형성함에 있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제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아니하여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익과 사익간의 적정한 균형관계를 달성하지 못하였다...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III.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대향범이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
IV. 해설
헌재는 위 조항들은 2020.12.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위 시한까지 국회가 위 조항들에 대한 개정을 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은 2021.1.1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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