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주 약간 법학적인 잡설

미 대학리그(NCAA) 운동선수 급여 지급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최근 판결

by 이빨과땀 2024. 6. 26.
728x90
반응형

미 연방대법원 "아마추어 정신 빙자한 착취", 대학 선수들 손 들어줘 - 경향신문 (khan.co.kr)

 

미 연방대법원 "아마추어 정신 빙자한 착취", 대학 선수들 손 들어줘

미국의 대학 스포츠 선수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학생 선수는 급여를 받을 수 없고 장학금도 학비 수준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한...

www.khan.co.kr

 

- 미국은 NBA, MLB, NFL, NHL등 프로 경기들의 규모와 수익도 엄청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대학 리그의 흥행도 엄청납니다. 웬만한 프로 팀들보다 대학 팀들의 역사가 오래되었고(10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팀들도 많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대학 팀이 프로 팀들보다 인기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 특히 (저도 좋아하는) 대학 풋볼의 인기는 엄청납니다. 미국 내에서도 좌석 수가 10만석이 넘어가는 경기장이 많지 않은데, 그 중 대부분이 대학 소유의 경기장입니다. 미국 풋볼 1부리그 (NCAA Div 1. FBS)의 SEC라는 컨퍼런스는 미국 동남부를 대표하는 지역 리그이며 알라바마, 어번,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등 지역 전통의 강호 팀은 그 지역의 웬만한 프로 팀들보다 인기가 많을 정도입니다. SEC는 미 방송사인 ESPN, CBS 등과 약 9천억 규모로 15년 동안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상상도 못할 규모의 액수이지요. 알라바마 대학 풋볼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최근 은퇴한 닉 세이번 감독은(은퇴 시즌까지도 팀을 College Football Playoff 4강까지 이끌었습니다) 연봉이 우리 돈으로 100억 이상이었는데, 이는 알라바마 주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재직자 중 가장 높은 연봉이었고, 알라바마 주지사의 연봉보다도 훨씬 높은 액수였습니다.

 

- 3월부터 진행되는 전미 대학 농구팀들의 토너먼트 대회인 March Madness를 위시로 한 대학 농구의 인기도 엄청나며, 매년 스타 선수들을 배출합니다(올해는 퍼듀 대학 센터인 캐나다 출신의 Zach Edey선수가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유력합니다).

 

-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인기와 수익에도 불구하고, 그 수익은 선수들의 몫으로 거의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운동부로 활동하며 학비를 전액 장학금으로 받고 다니는 선수들이 많으나, 장학금의 규모라 해봐야 이들이 경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입장권, 중계권 등 엄청난 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학비를 내고 운동부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이를 Walk-on이라 합니다). 

 

- 따라서 미 연방대법원의 위 판결은, 그 동안 대학 리그의 아마추어리즘을 운운하며 선수들을 사실상 착취해 온 NCAA 사무국과 대학들의 행태에 일침을 가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으며,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인정받지 못하였던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 물론 대학 리그가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는 최근의 경향 속에서, 위 판결이 리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대학 리그 안에서도 지역별로 여러 컨퍼런스로 나뉘는데, 최근 서부 해안지역 PAC-12 컨퍼런스 소속 팀들이 단 두 팀(오레곤 주립대학, 워싱턴 주립대학)만을 남기고 대거 다른 컨퍼런스로 이적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PAC-12 사무국과 소속 대학 팀들간의 중계권 수익 배분 문제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다른 컨퍼런스로 이적한 대학의 선수들은 이제 록키산맥 너머 팀들과 매 주말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경기를 뛰어야 합니다. 그 피로감이 상당하겠지요. 현재 상황도 이러한데, 위 판결의 영향으로 앞으로 대학이 선수들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면 대학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선수들을 더욱 착취하지 않을 것인가 우려하는 견해도 일리가 있습니다.

 

- 하지만 위와 같은 논리로도, 대학이 그 동안 얻어온 수익의 상당 부분은 직접 경기를 뛰어 온 선수들의 기여에 의한 것이며, 선수들에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몫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수익에 기여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 위 판결은 NIL 계약(학생 선수들의 이름,이미지,유사성을 광고 등 상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대학 선수들의 수익 향상과 권리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대학리그를 비롯한 아마추어 리그의 규모가 더욱 커져서, 언젠가 비슷한 논의를 할 날이 올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