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변호사시험 후기 - 형사법편

1. 들어가며

가. 3학년 1학기의 형사 과목 수업에 대하여

• 3학년 1학기는 사실상 형사법 공부가 불가능합니다. 민재실과 함께 시작되는 민사 기록형 수업과 기타 민사 개념정리도 해야 하고, 그 동안 미뤄두었던 공법 공부를 이제는 정말 시작해야 하기에 답이 없습니다.
• 따라서 3학년 1학기에는 형사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도 3학년 1학기 때에는 형사 책을 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6월 모의고사 직전에, 2학년 2학기 때에 형사재판실무와 검찰실무를 들으며 정리한 캡슐 및 학교 교수님께서 정리한 변호사시험 사례형 기출 답안지만 빠르게 읽고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 따라서, 3학년 1학기에 형사 사례형, 기록형 수업이 있다면 이를 수강하는 것을 권합니다. 강제적으로라도 형사법을 공부할 시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나. 비교적 저조한 형사법 점수에 관하여

• 변호사시험 전 마지막 한 달 동안은, 과목별 밸런스를 잘 지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 그러나 저는 변시 직전 마지막 한 달 동안 의도적으로 형사법 공부 시간을 줄이고, 대신 그 시간을 공법과 선택법(환경법)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 그 결과 형사법 시험 점수는 공법, 민사법에 비해 다소 저조하지만, 형사법에서 얻지 못한 점수를 공법, 민사법, 선택법 등에서 골고루 득점하며 오히려 더 많은 점수를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 형사법은 워낙 실력이 좋은 학생들이 많기에, 50% 언저리 선에서 버티기는 좋지만 고득점은 어려운 과목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 합격이 급한 학생이라면 형사법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공법 및 선택법에 투자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은 수험 전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따라서 제 스스로는 위 점수에 대해 (생각했던 점수보다 약간 낮아 개인적인 실망감은 있지만) 이러한 수험 전략을 잘 수행한 결과물이라고 자평합니다.

 

2. 객관식

• 교재로는 오제현 저 로이어스 선택형 책을 봤고,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 오제현 강사님은 형사법이 들어가는 온갖 시험 강의를 다 하시기 분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선지들을 모두 알고 계십니다. 또한 자잘한 암기사항 두문자를 잘 따주기에 지엽적인 암기 사항들을 챙기기 좋습니다.
• 다만 사례형 수업과 달리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부적합하고, 디테일한 면을 많이 알고 있는 대신 강약 조절은 수험생이 사실상 알아서 해야 합니다.
• 교재는 모의고사를 최근 일정 년도(5개년인지 7개년인지 헷갈리네요)만 반영하여 양을 많이 쳐낸 편입니다. 이 점은 모의고사 전개년이 있는 유니온에 비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 객관식 시험의 선지를 공부함에 있어, 객관식 교재를 그대로 보든, 엑스칼리버나 암기장에 가필을 하면서 보든 방식은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객관식에서 고득점한 동기는 그냥 객관식 문제집에 틀린 문제들 표시하고 여러번 돌려보는 식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 암기장 가필은 공부보다는 ‘작업’에 가깝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문제집과 편제 호환이 잘 되지 않는 암기장에 억지로 정리하는 것 보다는 그냥 문제집을 쭉 읽는 것이 시간낭비도 덜하고 더 효율적인 공부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암기장 정리는 최종적으로 시험에 나올 내용들을 ‘내 머리에 정리하는 것’을 위한 도구일 뿐인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절대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 저는 암기장(로만)에서 해당 선지의 내용을 찾아서 표시했는데, 2학년 때부터 보던 암기장이라 책의 편제를 잘 알고 있기에 비교적 빠른 정리가 가능하여 이러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 객관식과 최신판례는 적어도 3학년 여름방학부터 준비하기를 추천함. 10월 모의고사 끝나고 해야지 하는 분들은, 로클럭 준비생들처럼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경우가 아닌 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3. 사례형

• 형법과 형사소송법 모두 학연 출판사에서 나온 작은 변사기 시리즈로 공부했습니다. 다만 형사소송법의 경우 2학년 때부터 전술한 로만 암기장을 이용해 왔기에, 사례집에서 서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암기장을 통해 보충했습니다. 물론 부족한 내용을 사례집에 가필하는건 비효율적이기에, 그냥 사례집에 암기장 해당 부분 페이지만 적거나, 그냥 그 자리에서 최대한 암기하고 끝냈습니다.
• 형사법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의 사례형 공부시에도 통용되는 이야기지만, 답안의 내용을 그대로 외우는게 아니라 내용을 분류하고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중요해 보이는 내용이라고 모두 밑줄을 치지 말고, 내용을 구분해서 밑줄을 치라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일반론(조문) / 학설 / 판례 / 검토 내용을 색깔을 달리해서 문제집에 밑줄을 치고, 문제의 설문에서 답안과 이어지는 키워드들에도 따로 표시를 해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 이러한 방식으로 책을 정리하면, 답안이 문제 상황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 학설이 있는 경우 각 학설의 입장, 검토의견 시각적으로 잘 분리되어 보이고, 이를 반복하여 공부하면 머리 속에 그 체계가 잘 정리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판례-연한 파란색, 학설-연한 초록색, 일반론 및 검토 - 연한 노란색의 형광펜을 이용해 표시하였습니다. 이것이 사례집 정리를 위한 ‘내용 분류’에 해당합니다.
• 또한 사례형 문제 답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해당 문제 상황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설시하고, (판례 결론대로 답안을 내지 않더라도) 사안의 포섭을 잘 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즉,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되는 것은 대법원 판례와 사안의 포섭이며, 학설 및 검토의견은 답안을 쓰는 수험생 자신이 문제 상황에 대한 논의를 보다 더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뼈대 위에 붙이는 살 정도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검토의견은 암기 대상조차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답안지에 길게 쓸 부분도 아니기에, 총론 파트의 위법성조각사유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나 원자행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따로 외우지 말고, 그냥 ‘법문언에 충실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던가,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는 식으로 대충 말이 되게만 써도 변호사시험 사례형에서는 충분합니다.)
• 즉, 문제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판례, 전체 결론이 가장 높은 위계를 가지고, 학설/검토는 그 다음 단계라는 뜻임. 이것이 사례집 정리를 위한 ‘내용의 위계 설정’에 해당합니다. 사례집을 정리하고 공부함에 있어, 이러한 ‘내용 분류’와 ‘내용의 위계 설정’을 유념하며 공부하면 형사법 사례형 점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다만 작은 변사기는 진도별 사례집이기 때문에, 항상 50점 내외의 소위 ‘통문제’가 출제되는 시험의 특성상 답안 작성을 완벽히 연습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통문제 답안 작성 연습을 위해 회차별 문제집도 함께 구비해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회차별 문제집은 답안 작성 연습시에만 쓰고, 평상시 학습용으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례집 정리 역시 6월 모의고사 직후부터 해도 충분합니다(물론 2학년 2학기에 미리 잘 정리해 두는게 최고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여름방학부터 객관식과 최판 공부를 시작할텐데, 객관식 공부 진도에 맞춰 함께 사례집을 정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객관식에서도 사례 제시 방식이 많이 출제되는 최근 시험의 경향을 생각하면, 같은 파트에서 객관식 - 사례형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4. 기록형

• 김기용 변호사님의 기록형 교재를 이용해서 공부했습니다. 이외에도 홍형철 변호사님 교재나 노수환 교수님 책도 많이 보는 듯 합니다.
• 기록형 답안은 욕심을 줄이고 맞출 부분만 잘 맞추며, 답안의 간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
• ‘맞출 부분만 잘 맞춘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소기각 및 면소 부분입니다(형식적 판결). 따라서 공소장 기재 내용을 잘 보면서, 공소사실의 내용이 범죄 기수일로부터 최소 5년 이상 지났다던가(공소시효 도과 - 3호 면소 판결),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약식명령이 있었다던가(1호 면소),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라던가(2호, 5호, 6호 공소기각 판결), 재산범죄인데 피해자와 피고인의 성이 같고, 알고보니 가까운 친족이라던가 하는, 항상 출제되는 형식판결의 패턴을 머리속에 넣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 형식판결 다음으로는 후단무죄 부분을 잘 써야 할 것입니다. 증거능력 없는 증거는 크게 (1)전문법칙 적용, (2)위법수집증거로 나뉘는데, (1)전문법칙 적용 부분은 형사소송법 객관식, 사례형과 함께 학습 가능합니다. 적용되는 조문을 답안에 잘 적시해야 합니다. (2)위법수집증거는 사실항 판례 싸움입니다. 위수증 판례를 잘 정리해 두고 연습만 잘 해두면 기록을 읽으면서도 ‘아 이거 위수증같은데’ 하는 부분들이 잘 보일 것입니다.
• 후단무죄에서 신빙성 다툼은 형사법 기록형에서만 출제되는 특별한 패턴이기에 이 부분 연습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도 기록형 기출문제상 증거 신빙성 탄핵 패턴은 항상 유사하기에(증인의 말이 자꾸 바뀐다던가, 범죄 동기가 없다던가, 증인이 범죄 전력이 화려한 전과자라 믿을 수 없다던가…) 연습을 잘 하면 됩니다.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 전단무죄는 판례를 알면 답안 작성까지 1분컷이고 판례를 모르면 2시간을 붙잡고 있어도 틀려야만 하는, 결과가 극단적인 파트입니다. 최신판례를 잘 공부하고 해당 부분 제발 최판에서 나와달라고 기도하는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습니다.

5. 최신판례

• 무슨 책을 보든, 무슨 강사의 수업을 듣든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최판이 책에 없어서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음. 그냥 문제를 푸는 자신이 몰라서 틀리는 것입니다.
• 전술한 바와 같이 여름방학부터 객관식 공부와 함께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10월부터 시작하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