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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약간 법학적인 잡설

제 13회 변호사시험 후기 - 공법 편

by 이빨과땀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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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13회 변호사시험이 끝난지 5달, 합격 발표 이후 2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저는 합격 이후 5월부터 수습 변호사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첫 사회생활이기도 하고, 일을 한다는게 쉽지는 않습니다만, 작은 부분까지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해나가고는 있습니다.

 

제 성적부터 말씀드자면, 객관식 115개, 총점 1065.24점, 등수로는 373등입니다. 로스쿨 내신은 딱 50% 언저리의 중위권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늦게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제가 게으른 탓도 있고, 과연 내 성적이 자랑스럽게 시험 후기를 남길만한 성적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던 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14회 시험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시험공부에 대한 기억이 시간이 더 지나 지금 이상으로 희미해지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어떤 책으로 공부했었고 어떤 점을 느꼈는지, 졸필이지만 과목별로 간략하게나마 적어보고자 합니다.

 

2. 공법

가. 객관식

헌법 및 후술할 행정법 객관식은 모두 강성민 변호사님의 OX 교재와 인터넷 강의를 이용했습니다. 다만 제가 시험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우선 교재의 내용으로 변호사시험 및 법전협 모의시험 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 시험들의 선지들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저에게는 그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양이 너무 많으니 어디서부터 공부를 해나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강약조절도 잘 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과목 자체의 특성상, 객관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판결의 논리들을 가지치기하고 '결론만 딱 떼서' 외워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제 성격상 그런 무식한 들이붓기식 공부가 너무 괴롭기도 하고, 마음이 괴로우니 효율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끔찍한 가정이기는 하지만, 로3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얇은 책을 잡던지, 그냥 유니온 객관식 기출문제집을 잡던지, 아니면 위 OX 책에서 강사님 설명상 중요하다고 한 부분만 표시해서 그 부분들만 볼 것 같습니다. 이 시험은 '양을 어떻게든 줄여나가는게'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성민 변호사님 설명은 좋았고, 헌법을 이해하며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 사례형

1) 헌법

 

마찬가지로 강성민 변호사님 사례집 및 암기장으로 공부했습니다.  위 사례집의 경우,  "별책부록으로 나오는 요약판 핸드북이 사실상 본체 아니냐"라는 수험가의 말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사례형 문제의 발문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잡아내고, 그걸 답에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 일련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보며 공부하는 방법을 더 선호했어서, 그냥 두꺼운 책에 밑줄을 쳐가며 공부했습니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헌법 사례형 특성상 나오는 부분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반복되는 부분들을 적당히 쳐내다 보면 책정리를 매우 빠른 속도로 부담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기장의 경우, 보통 암기장을 기본서처럼 잡고 "암기장 내용을 숙달 → 사례집 문제를 푼다"식 순서로 많이들 공부하시는 줄 압니다. 저는 거꾸로 "사례집으로 공부 → 반복되는 부분들은 암기장으로 같이 본다."식 순서로 공부했고, 이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사례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도 잘 모르고 암기장에 써 있는 '일반론적인 답안'만 외우는 것보다, 문제와 함께 답을 통으로 본 뒤 암기장을 다시 읽으며 외워야 할 부분을 추리는 방식으로 공부해야,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이 강약조절이 되며 동시에 암기장을 읽으며 사례집의 문제들을 같이 떠올리게 되므로 복습이 저절도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헌법은 문제도 읽지 않고 암기장 내용만 보면, 그 추상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도 합니다.

 

사실 두꺼운 사례집으로 공부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암기장만 볼 때와는 달리 '포섭' 단계에서의 연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공법 민사법 형사법 모든 영역에서 사례형 문제는 사안의 포섭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분명히 배점이 따로 있는 영역이고, 배점에 따른 최소한의 분량은 채우셔야 합니다. 간혹 조문과 대법원 판례만 쓰고 '판례 썼으니 답을 맞췄다'고 생각하여 대충 넘어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사례형 답안지를 채우면 원래 받아갈 점수의 70%만 받아가도 다행일 것입니다.

 

특히 헌법 기본권 문제의 경우, 개별적인 사안에서 판례 결론만 아는 걸로는 불충분할 뿐더러, 이번 13회 시험과 같이 애초에 판례의 사실관계를 비틀어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에는 판례만 그대로 박아넣는게 오히려 점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자칫 채점자들에게 '문제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 암기한 판례만 박아넣었군'이라는 인상을 주기 좋습니다. 배점이 적은 비례성 심사 문제라도 반드시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2) 최소침해성 / 3) 법익균형성으로 소목차를 나누어 잡아주시고 입체감 있게 여러 관점에서 구체적 사안을 검토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 10점짜리 문제에 13점 정도의 분량을 할애해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공법은 수험생들 대부분 실력이 애매하니 뒤에 공간이 남거든요. 다시 말하지만, 공법 사례형은 단순 판례맞추기 게임이 아니라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안의 포섭이 이루어지냐의 싸움입니다.

 

강변호사님 사례집 정말 좋은 책입니다. 여러분들도 별책부록만 보시지 말고 본책을 같이 봐주세요. 

 

 

2) 행정법

 

행정법 사례형은 정선균 박사님의 사례집을 이용하되, 이윤규 변호사님이 소개한 '행정법 사례형 4유형론'을 적극 차용하여 책을 정리하였습니다.  【행정법의 기초】 공법 소송의 구조 ① (youtube.com)

 

이 방식대로 책을 크게 4개 + 1개(행정법 각론) 유형으로 나누어 정리하였고, 각 유형별로 계속 회독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언뜻 난잡해보이는 행정법의 구조를 소송법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잡아주기에, 큰 틀을 이해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매우 적합한 공부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위 방식대로 책이 정리만 된다면, 사례집은 어떤 책을 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정선균 박사님의 교재가 변시 기출뿐만 아니라 행정고시 혹은 과거 사법고시의 사례형 문제들도 같이 수록되어 있고, 행정법 사례형은 그 특성상 타 직렬 및 과거의 문제들도 변시 공부에 꽤 도움이 되는 편이기 때문에 위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무지성 암기장 돌리기만 아니면 됩니다. 특히 행정법은 과목 자체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암기장만 계속 돌려봐야, 문제를 접했을 때 뭐가 쟁점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례집을 꼭 같이 보셔야 합니다.

 


다. 기록형

기록형은 인강을 풀로 다 듣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6월 모의고사 직전 공/형/민 3개 분야별로 메가로이어스 대표강사님들이 '원 포인트 레슨'이라 하여 기록형에 필요한 최소한을 가르쳐주는 강의가 열립니다. 과목별로 한 2-3시간이면 다 들을겁니다. 저는 기록형 인강은 6모 직전 강성민 변호사님의 원포인트 레슨 하나 들었습니다.

 

대신 학교 수업에 많이 집중, 의존하였습니다. 교재는 정형근 교수님의 기출 공법기록형을 이용하였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는, 매우 자세한 서술의 답안 및 디테일한 설명 이외에도, 마지막 파트에 항상 변시 답안지에 들어갈 양(약 8페이지)으로 줄여놓은 컴팩트한 실전용 답안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실제로 시험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써야 할지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록형이 전혀 별개의 과목처럼 느껴지는 형사 혹은 민사와 달리, 공법은 사례형-기록형 간의 연계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기록을 공부하면 사례가, 사례를 공부하면 기록이 자동으로 채워집니다. 즉, 공기록 특유의 형식적인 기재사항만 잘 숙지하시면 되고, 이마저도 민기록의 그것에 비하면 양이 적습니다.

 

그리고 공기록 문제를 풀 때는, 의뢰인 상담일지 혹은 내부회의록만 보고 결론을 80% 이상 낸 다음 뒤쪽에 있는 증거들을 보면서 결론을 확인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회의록 등으로 답에 대한 강한 예단을 형성한 뒤 증거를 봐야 뭐라도 보이지, 아무 생각 없이 증거 읽어봐야 '이게 대체 뭔소리고 이건 왜 들어간건가'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아니 증거 안보고 답을 내면 그게 사례형이지 기록형이냐"라고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게 바로 제가 공법은 사례와 기록이 유사하다고 말씀드린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법 기록형은 점수 효율이 정말 좋습니다. 다들 잘 쓰는 형기록에 비하면 공법은 다들 비슷하게 못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조금만이라도 더 눈에 띄는 답안을 쓸 수 있다면 점수 상승폭이 상당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공부해도 60점 초반을 넘기기 힘든 형사에 쓸 시간을 조금만 떼어 공법에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요? 유의미한 수험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 최신판례

최신 판례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은 없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공법은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실제 시험을 볼 때는 이게 최판인지 뭔지 아리까리하기도 하고, 사례형 시험에는 최신판례의 사실관계를 비틀어 내서(연금수급권 관련된 문제로 기억함) 사안의 결론을 알고 있는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험에 있어 최신판례는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헌법 및 행정법 최신판례 역시 강성민 변호사님의 교재를 사용했습니다. 두 책 모두 요약본 별책부록이 있긴 한데, 저는 그냥 두꺼운 원본 책에 밑줄을 쳐가며 공부했습니다. 판례의 양이 상당하지만, 변호사님이 강의에서 중요하지 않은 판례들은 적당히 넘어가기도 하고 강약조절을 해주시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표시해서 복습하시면 될 것입니다. 강의를 듣지 않는 분들은 동기에게 부탁해서 표시된 판례 목록을 받아 보셔도 되겠네요.

 

전술했듯 최판이라고 다 중요한건 아니고, 그 중에서도 예전의 판례 논지가 반복되는 것들은 결론만 적당히 기억하고 넘어가셔도 될 겁니다. 다만 1) 사안 자체가 시의성이 있거나 (검사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 2) 판례 논지가 기깔나서 사례형 혹은 기록형으로 나오기 좋다 싶은 판례들은 각 쟁점과 그에 관한 논거,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표시하여 학습했습니다. 물론 사례형/기록형은 과목 특성상 꼭 헌재 결론을 따를 필요는 없으나(오히려 반대로 쓰는 것이 사안 포섭이 풍부해지고 더 나은 답안이 도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공부해두셔야 합니다.

 

형사 및 민사, 선택과목은 다음 기회에 이어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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