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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공부 정리/공법

양심의 자유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4항 등 위헌소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2019헌바93, 2019헌바254(병합))

by 이빨과땀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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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학전문대학원 3학년 1학기 '헌법종합연습' 수업에서 발표하였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 2019헌바93

청구인 김○○2017년경 A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A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라 한다)2017. 12. 4. 청구인 김○○이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구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17조 제1항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2), 학급교체(7) 및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학생 특별교육이수 6시간, 같은 조 제9항에 따른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6시간의 조치를 A중학교장에게 요청하기로 의결하였고, A중학교장은 2017. 12. 5. 청구인 김○○에게 위 의결과 같은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 김○○2018. 1. 16. A중학교장의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8구합60350), 소송계속 중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 제4항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83240). 수원지방법원은 2019. 2. 15. 위 취소 청구를 기각하면서 같은 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일부 각하, 일부 기각하였다. 청구인 김○○2019. 3.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2019헌바254

청구인 안○○2017년경 B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었다. B초등학교 자치위원회는 2018. 1. 18. 청구인 안○○이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의 조치B초등학교장에게 요청하기로 의결하였다. B초등학교장은 같은 날 청구인 안○○에게 위 의결과 같은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

 

청구인 안○○은 경기도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을 거쳐 2018. 10. 30. B초등학교장의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8구합71411), 소송계속 중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93092). 수원지방법원은 2019. 6. 13. 위 소를 각하하면서 같은 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각하하였다.

 

청구인 안○○은 주위적으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청구를, 1예비적 청구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의 처분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청구를, 2예비적 청구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의 처분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서면사과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청구를 하면서 2019. 7.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의 대상*

1) 청구인 김○○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 제4, 13조 제1, 2, 4, 17조 제1, 6항에 대하여 심판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위 청구인은 같은 법 제17조 제1항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중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 피해학생 등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2), 학급교체(7)의 처분을 받았으므로, 같은 법 제17조 제1항은 청구인에게 관련된 부분으로만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2) 청구인 안○○의 예비적 청구들은 모두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주위적 청구의 양적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별도로 심판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다.

 

* 본 결정에서는 구 학교폭력예방법(2012. 3. 21. 법률 제11388호로 개정되고, 2019. 8. 20. 법률 제164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4항, 제13조 제1항, 제4항(‘이 사건 자치위원회 위임규정’), 제17조 제1항 본문 후단(‘이 사건 조치별 적용기준 위임규정’), 제13조 제1항, 제2항, 제17조 제1항, 제6항(‘이 사건 의무화 규정’), 제17조 제1항 제1호(‘이 사건 서면사과조항’), 제17조 제1항 제2호(‘이 사건 접촉 등 금지조항’), 제17조 제1항 제7호(‘이 사건 학급교체조항’)이 모두 심판 대상이 되었으나, 헌법상 양심의 자유 및 인격권 제한 여부가 쟁점이 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을 제외하면 모두 본 발표의 주제(양심의 자유)에서 벗어나므로 발표 내용에서는 제외하였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법률 제11388호, 2012. 3. 21, 일부개정]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①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수 개의 조치를 병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 각 조치별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09.5.8, 2012.1.26, 2012.3.21>
 
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당사자들의 주장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양심이 아닌 것을 양심인 것처럼 표현하도록 강제하여 양심을 왜곡·굴절시키고 이중인격의 형성을 강요한다. 사과를 강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학교폭력 가해자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특히 성폭력 피해자가 정당방위의 범위를 일부 벗어난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성폭력 가해자에게 서면사과를 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

 

 

3. 판시사항 및 결정요지

. 개관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에게 자신의 의사나 신념에 반하여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윤리적 판단의 형성을 강요하고 이를 서면으로 표명할 것을 강제하므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또한, 사과의 의사를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 제한하므로, 인격권 제한도 인정된다(헌재 1991. 4. 1. 89헌마160; 헌재 2012. 8. 23. 2009헌가27 참조).

 

.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대한 판단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다수의견)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도록 함으로써 가해학생에게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에게는 가해학생의 사과를 통한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을 통한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기여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학교폭력은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 경제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아직 신체적·정신적 발달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사법적인 처벌이나 징계라는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게 된다면, 자칫 가해학생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자 또는 문제 학생으로만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가해학생도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으로서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학교폭력 문제는 다른 폭력행위와 달리 특별한 교육과 취급을 필요로 하는 문제행동으로 보아야 하고, 피해학생의 보호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모두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므로, 해학생의 반성과 사과 없이는 피해학생의 진정한 피해회복과 학교폭력의 재발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다. 교육과 대화를 통한 반성과 용서, 이를 통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회복이라는 일련의 교육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가해학생은 서면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사과함으로써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방법과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이러한 교육적 조치를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

 

구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에 대하여는 다른 조치들과 달리 불이행 시 다른 조치를 추가로 요청하는 등 이를 강제하는 수단을 두지 않았고(17조 제11), 서면이라는 사과의 형식을 요구한 것 외에는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이는 가해학생이 교사와 학부모 등의 지도 아래 특별한 내용에 대한 강제 없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갖는 교육적 조치로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받게 되면 그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불이익이다. 또한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적정한 의견진술 기회 등 절차적 기회를 제공한 뒤에만 서면사과 조치를 내릴 수 있고, 이에 불복하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는 소속 학교에 따라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도 있다.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학교폭력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가해학생에게 요구되는 사과이므로, 가해학생의 양심이나 인격권에 지나친 제약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서면사과 외에도 경고나 주의 또는 권고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동일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장시간 머무는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문제가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 없이 단순히 가해학생에 대한 주의나 경고, 권고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해학생이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이를 피해학생에게 사과함으로써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단순히 학교폭력에 대한 주의나 경고 또는 권고적인 조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교육적 조치이다.

 

결국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3) 법익의 균형성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가해학생이 사회 규범과 도덕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수 있는 교육적인 조치로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보장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교우관계를 회복시켜 학교폭력 이후에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피해학생의 보호나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교우관계 및 학교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한편,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나, 서면의 형식으로 사과하는 것 외에 사과의 내용에 대하여는 가해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불이행하더라도 추가적인 조치나 불이익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의하여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하여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주       문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388호로 개정되고, 2019. 8. 20. 법률 제164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2조 제4, 13조 제1, 2, 4, 17조 제1항 제1, 2, 7, 6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남긴다.

 

.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이 잘못을 시인하고 피해학생에게 서면의 형식으로 사과하도록 함으로써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학생을 선도·교육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 침해의 최소성

1)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를 통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2) 그러나 사과한다는 행위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감정 내지 의사의 표현이므로(헌재 1991. 4. 1. 89헌마160 참조),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과는 개인의 양심에 따른 자발적인 판단에 맡겨질 문제이지, 법으로 강제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라고 하여 다르지 않다. 아직 정신적으로 발달과정에 있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의사에 반한 윤리적 판단이나 감정을 외부로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이 내심의 윤리적 판단과 외부의 사회규범과의 괴리나 충돌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인격과 양심의 형성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사과한다는 행위는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것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므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는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의 제한 정도가 성인들의 것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그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이나 분쟁해결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 교육적 효과나 분쟁조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먼저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 가해학생에게 반성 내지 사과를 강제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양심과 인격형성에 왜곡을 초래하여 교육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가해학생이 보다 경미한 조치를 받기 위하여 반성도 없이 사과를 하는 경우에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가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의 측면에서도, 가해학생의 불성실한 사과는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은커녕 오히려 2차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분쟁해결의 측면에서도,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에 따른 서면사과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상급학교 진학 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는 이를 피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학생과 그 보호자 측에서도 서면사과 조치가 지나치게 경미하다고 생각하여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목적이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의 분쟁조정이라는 목적에 제대로 기여도 하지 못하면서 피해학생의 고통만을 가중시키거나 또 다른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민·형사소송에서 서면사과는 가해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실무상 학교폭력 사실 자체에 다툼이 있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 자치위원회는 가장 경한 조치이면서 불이행 시 추가조치 요구의 부담이 없는 서면사과 조치를 가장 무난한 결론으로 인식하여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서면사과 조치는 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이라고 판단한 학생에게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상대방에게 만들어 주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데, 이는 서면사과 조치가 본래 달성하고자 하였던 교육적 목적이나 분쟁해결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4) 학교폭력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는 일방적인 강요나 징계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학교폭력을 해결해 나가는 교육적인 과정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 교육, 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교육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이나 분쟁해결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만약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나 잘못된 행위임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면,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과 같은 사과의 강제가 아니라 주의나 경고 등의 조치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를 위한 교사의 적절한 개입과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를 권고적 조치로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5) 이처럼 충분히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도 가해학생의 선도·교육과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

 

. 법익의 균형성

사과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 영역으로서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서면사과를 강제함으로써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에 심대한 제한을 초래한 반면, 이를 통해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의 분쟁해결에 기여하는 효과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과도하게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제한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

 

.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

 


반대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사실 다수의견의 논거들을 보면, 재판관님들이 학교를 졸업하신지 오래되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선 서면사과를 강제하는 것이, 피해학생의 심리 보호와 가해학생의 계도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앞서 첫 판례 관련 질의응답에서 말씀드렸듯, 강요되었으면서도 비자발적인 사과는 피해 학생의 심리보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해당 규정에서 서면 사과의 강제성만을 규정하고, 사과가 어느 정도로 성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 사실 사과문의 성실성 자체가 법률로서 규정할 수 없는 영역으로 보이긴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 학생의 사과 서면이 민/형사소송에서 가해학생에 불리한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실제로는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사실이 없음에도 서면사과 강제 조치를 통해 사과가 기록으로서 남게 되면, 이는 이어지는 소송절차에서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실질적으로 가해 학생 측이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서면사과 강제제도를 통해 다수의견이 말하는 피해학생의 회복과 가해학생의 계도라는 목적이 얼마나 달성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수의견은 학교폭력 문제를 사법적인 처벌이나 응보의 문제만으로 바라보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가해학생이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남기게 하여, 법원보다 덜 중립적이고 덜 엄밀하게 실체판단이 이루어지는 학내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사실상 학교폭력 유무에 대한 실체판단을 끝내도록 하는 논리적인 모순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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